글로컬 뮤지컬 라이브 시즌6

창의특강1
창작뮤지컬의 중국 진출 및 현황
일시: 2021년 7월 13일 오후 3시 30분
장소: 종로 피앤티스퀘어
강사: 이혜성 프로듀서 (주)컬처홀릭 프로듀서

 

이혜성 프로듀서가 강사로 나선 첫 번째 창의특강이 <글로컬 뮤지컬 라이브> 시즌6의 포문을 열었다. 강의 주제는 ‘한국 창작 뮤지컬의 중국 진출 현황’이었다. 이혜성 프로듀서는 첫 번째 시즌에서 탄생했던 작품 <팬레터>가 해를 거듭할수록 발전해 중국까지 진출하는 모습을 보며, 글로컬 뮤지컬 라이브가 펼쳐놓는 창작의 장이 현재의 창작 뮤지컬 업계에 중요하다는 말로 강의를 시작했다.

 

경제 발전을 바탕으로 가파르게 성장하는 중국의 뮤지컬 시장
중국의 빠른 경제 성장은 상당히 높은 1인당 소득 수준으로 이어졌고, 중국 내 교육, 오락, 문화 등에 대한 소비 지출의 증가를 가져왔다. 그에 발맞추어 공연 시장 역시 굉장한 성장세를 보인다. 2018년도 기준 중국 공연 시장의 총 티켓 매출액은 182억 2,000만 위안으로, 이는 한화로 약 3조 원에 달하는 값이다. 이 중 연극은 26억 2,000만 위안(한화 약 4300억 원), 뮤지컬은 4억 3천만 위안 (한화 약 760억 원)을 차지했다. 특히 뮤지컬 시장은 연평균 28%의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으며, 2018년 한 해 동안 2,456회 공연되는 등 중국 공연 시장의 신흥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한편 중국의 뮤지컬은 대도시를 중심으로 공연되는 경향을 보인다. 전체 뮤지컬 시장의 70%가 집중된 ‘베이상광(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등 3개 도시를 이르는 약칭)’이 대표적인 시장이다. 대형 공연장 등의 공연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고, 공연에 대한 수요가 높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방 투어 공연 역시 마찬가지다. 오리지널이나 라이선스 뮤지컬의 경우 베이징과 상하이에서 우선적으로 1~2주간 공연한 후 지방 투어를 이어가는데, 이때 1선 도시에서 우선 공연한다. 1선 도시는 경제 규모, 인구수, 정치적 위상 등 100여 개의 지표를 바탕으로 중국 내 337개 도시를 1~5선으로 구분한 것 중 가장 상위권에 속한 도시이다.

 

 

오리지널과 라이선스 뮤지컬의 강세
2018년 기준 중국의 뮤지컬 시장에서 가장 높은 점유율을 보이는 것은 오리지널 뮤지컬이다. 2018년에 총 22개의 오리지널 공연이 무대에 올랐고, 전년 대비 77% 상승한 수익률을 달성했다. 2016년 상하이 디즈니랜드의 상설극장에서 공연된 <라이온 킹> 등의 작품이 뮤지컬의 대중적 인지도를 올렸고, 2017년부터 <캣츠>, <위키드> 등의 오리지널 뮤지컬이 투어를 하면서 중국의 뮤지컬 시장을 활성화한 것도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오리지널 프로덕션의 경우 제작사들은 작품의 완성도가 높고, 매출이 보장되는 영미 뮤지컬 작품을 선호한다. 그러나 오리지널 프로덕션은 로열티와 환율 변동의 부담이 크다는 단점 또한 있어, 최근에는 라이선스 뮤지컬과 창작뮤지컬에 관심을 돌리는 추세다.

 

라이선스 뮤지컬의 경우 2018년 중국에서 24개의 작품이 공연됐다. 이는 12개 작품이 무대에 올랐던 전년 대비 100%나 성장한 수치이다. 24개의 작품 중 전체의 25%에 달하는 6개의 작품이 한국 창작 뮤지컬이라는 것은 눈여겨볼 부분이다.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의 대형 뮤지컬의 경우 대극장 위주 투어 공연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 한편, 한국의 창작뮤지컬은 주로 중소극장 규모로 단기간 공연된다.

 

중국의 뮤지컬 관객은 2018년 기준 160만 명에 달했고, 남성보다는 여성의 비율이 높았다. 아직은 뮤지컬이 ‘고급문화’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어 클래식한 대규모의 작품이 흥행에 유리하지만, 한국 라이선스 소극장 뮤지컬 <쓰릴 미>의 성공으로 팬덤 문화가 형성되었고 ‘회전문 관객’이 등장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 또한 한국의 TV 프로그램 <팬텀싱어>의 중국 버전인 <슈퍼보컬>을 통해 뮤지컬 배우들이 유명세를 얻으며, 중국 뮤지컬 시장에 한국 뮤지컬 업계의 ‘스타 캐스팅’ 체제가 도입되었고, 타 장르 작품을 바탕으로 한 뮤지컬이 개발되며 IP 중심으로 OSMU를 활용하는 동향 또한 나타나고 있다.

 

 

한국 뮤지컬의 중국 시장 진출 현황
한국 뮤지컬의 중국 시장 진출은 크게 작품의 수출과 제작 인력의 수출로 구분할 수 있다. 작품 수출의 경우, 오리지널 투어 공연과 라이선스 수출로 나뉜다. 오리지널 투어 공연은 2001년에 공연된 극단 학전의 <지하철 1호선>이 처음이었다. 독일 뮤지컬을 원작으로 하는 이 작품과 달리 한국의 순수 창작 작품인 <공길>은 2008 북경 올림픽 이전 양국의 문화교류와 축전 개념으로 공연되었다. 오리지널 투어는 2012년부터 본격적으로 활발해지기 시작하면서, 2016년까지 연 2개 이상의 작품을 중국에서 공연했다. 이후에도 국가 문화 교류 차원에서 한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 <광화문 연가>, <영웅> 등의 오리지널 투어 공연이 진행되었다.

 

라이선스 뮤지컬의 작품 수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으며, 2019년 기준 11개의 작품이 무대에 올랐다. 라이선스 수출의 최초 사례는 2013년 공연된 CJ ENM의 <김종욱 찾기>로, 140여 일간 소극장에서 장기 공연되었다. 이후 라이선스 뮤지컬은 중국의 회사가 직접 판권을 취득하여 공연을 제작하는 방식을 취하는 경향을 보였다. 현재까지 중국에서 라이선스 뮤지컬로 공연된 18개 작품 중 11개가 스몰 라이선스 방식으로 제작되었으며, <총각네 야채가게>, <마이 버킷 리스트> 등의 뮤지컬이 제목을 변경하거나 문화적인 특성을 잘 살려 중국어로 번역하는 등 현지화 과정을 거쳐 뮤지컬 시장에 자리 잡았다. 다만 창작자가 제작사를 통하지 않고 직접 중국에 라이선스를 수출한 <블랙메리포핀스>와 같은 이례적인 사례도 있었고, 2017년에 공연된 <지킬 앤 하이드>처럼 브로드웨이 작품을 한국의 레플리카 방식으로 제작된 공연도 있었다. <지킬 앤 하이드>의 경우 프로그램 ‘슈퍼보컬’에서 발굴한 스타를 기용하여 스타 캐스팅의 효과를 톡톡히 본 작품이기도 하다.

 

한편 중국의 뮤지컬 시장이 점차 성장하면서 자체적인 창작뮤지컬을 제작하고자 하는 경향이 생겨나고, 중국 정부도 문화 정책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뮤지컬 제작 전문 인력의 필요성이 높아졌다. 그 일환으로 한국의 뮤지컬 창작진 및 스태프가 중국으로 진출해 활동하게 되었다. 제작 인력의 수출은 한-중 공동 제작과 전문 인력의 중국 진출로 나뉜다. 공동 제작의 사례로는 2019년 대구 국제뮤지컬페스티벌에 공식 초청되었던 뮤지컬 <시간 속의 그녀>가 있다. 주요 창작진은 한국인, 배우들은 중국인으로 이루어진 중국 창작뮤지컬이다. 

 

역시 중국의 창작뮤지컬인 <상해탄>은 한국의 뮤지컬 전문 인력이 중국에 진출한 대표적인 사례다. 유명 드라마 <상해탄>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 뮤지컬에는 부족한 중국 내 뮤지컬 인력을 보완하고자, 5개국 출신 인력으로 구성된 다국적 창작진이 참여했다. 그중 한국의 인력은 총 9명으로 수도 가장 많고, 예술감독과 제작감독 등 비교적 중요도가 높은 업무를 맡았다. <상해탄>은 기존의 노후한 극장을 전면 리모델링하여 재탄생시킨 JDF원평 극장에서 2년간 오픈런으로 공연되었고, 누적 관객 20만 명을 돌파하는 등 큰 흥행을 거두었다.

 

이혜성 프로듀서가 강의 내내 가장 강조한 부분은, 앞으로의 중국 뮤지컬 시장에서 보여질 한국 뮤지컬의 가능성이었다. 글로컬 뮤지컬 라이브와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육성된 한국의 창작뮤지컬이 국내에서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충분한 성과를 거둘 수 있기에 해외 뮤지컬 시장에 대한 창작 인력의 지속적인 관심을 바란다고 전하며 강의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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