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조각숨>

<조각숨> 테이블 리딩 현장

 

일시: 2022년 1월 18일(수) 11시~13시 20분 
장소: 이음아트홀
진행: 손지은 연출가, 김혜성 음악감독
출연: 이은성(이듬), 임찬민(나세연), 금보미(안유설), 박용성(민광준), 김현진(김규민), 김보현(원장 외)

 

 

손지은 연출과 김혜성 음악감독의 진행으로 <조각숨>의 리딩을 마쳤다. 리딩은 가사를 포함하여 처음부터 끝까지 완독했으며, 주요 넘버는 음악을 들었다. 참여자들은 <조각숨>의 개성적이고 따뜻한 성장 드라마를 높게 평가했다. 본 공연으로 나아가기에 앞서 보완될 부분에 대해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인물의 목표, 캐릭터, 관계성이 명확해야 

 

스태프1 : 이듬이 우주보육원을 찾아가는 목적이 뚜렷하지 않다. 이듬과 엄마가 어떤 관계였고, 어떤 사정으로 그 공간에 가게 됐는지 더 설득력 있는 이유가 필요하다. 

 

배우1: 보육원 출신인 규민이 천문학을 전공했기 때문에 보육원 아이들이 우주에 관심을 둔다든가, 하는 식으로 인물들 간의 관계에서 소재의 근거를 가져오면 좋지 않을까. 퀼트 역시 이듬의 엄마가 보육원 아이들에게 가르쳐줬던 기술이라면, 이듬이 엄마의 흔적을 느끼고 싶어 보육원에 찾아간다는 개연성이 확보된다. 규민은 성인이 된 후에도 보육원에 머무는 존재로, 곧 보호종료아동이 되는 아이들과 대조를 이룬다. 아이들이 자립을 준비해야 하는 현실적인 문제를 짚고, 그러한 삶의 무게에 관심을 두게 하는 존재를 규민으로 설정한다면 이야기에 좀 더 힘이 실리지 않을까. 

 

배우2: 우리는 망원경으로 아름다운 우주를 볼 수 있지만, 사실 우주는 99% 죽음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알고 있다. 이듬이 우주의 밝은 면을 바라보고, 보육원 아이들이 우주의 어두운 면을 바라본다든가 하는 식의 대립이 있으면, 갈등 구조와 가사의 색깔이 분명해질 것이다.그리고 등장인물들이 악당인 원장을 퇴치하는 게 주된 이야기인지, 다 같이 화합해서 성장해나가는 이야기인지 초점이 명확해야 할 것 같다. 설정을 보고 원장이 굉장히 악랄한 인간인 줄 알았는데, 막상 대본을 보니 애매한 것 같다. 이 정도로 원장에게 인간적인 면모를 부여하려면, 성장 서사에 집중해 빌런 캐릭터를 넣지 않는 게 낫지 않을까. 

 

배우3: 보통은 인물들 간의 욕망이 충돌해 사건이 일어나고, 그걸 해결해나가는 과정에서 주제가 드러난다. 그런데 이 대본에서는 인물들의 욕구가 흐릿하다. 무엇보다 보호종료아동이나 보육원에 대한 소재 연구를 조금 더 하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규민이 말을 더듬는다는 설정이라, 노래할 때도 웅얼거리게 된다. 관객들은 그걸 설정이라고 이해하기보단 배우나 스태프들의 실수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노래할 때만큼은 자기 속마음을 꺼내는 순간이니까, 말을 더듬는 인물일지라도 배우는 노래를 잘해야 한다. 합창대회를 준비하는 장면에서는 버벅거리지만, 마음속 자신의 목소리가 터져 나올 때는 유창하게 부른다든지, 그런 차이를 두었으면 좋겠다. 

 

스태프2: 주인공 이듬 빼고는 다른 캐릭터들이 잘 활용되지 않는다. 

 


이야기를 덜어내더라도 주제가 보이도록 해야 

 

배우4: 이듬과 규민의 러브라인이 친절하게 제시되지 않고, 관객이 상상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은근한 뉘앙스만 풍겨도 괜찮을 것 같다. 많은 이야기가 해결되지 않은 채 끝나는 느낌인데, 두 인물의 연애 감정선을 걷어내서라도 다른 이야기에 더 집중할 필요가 필요가 있지 않을까/ 더 집중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배우1: 이듬과 규민, 아이들이 서로를 성장시키면서 ‘꼭 부모가 아니더라도 좋은 어른, 좋은 멘토를 통해 세상 밖으로 나아간다’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 주제를 뚜렷이 하는 데에 인물들이 지닌 세부적인 사연이나 설정은 덜어내도 무방할 것 같다.

 

배우3: 지금 대본은 작가의 머릿속 설정을 온전하게 펼쳐놓은 느낌이다. 이제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할 때다. 합창이나 음악을 소재로 한 영화에서 결말로 가는 과정은 종종 클리셰적이다. 그게 뻔한 공식일 수 있지만, 많은 관객의 공감을 끌어내는 방법이기도 하다. 그래서 합창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이 좀 더 우리에게 익숙한 방식이어도 좋을 듯하다.  

 

스태프3: 퀼트, 합창대회, 우주 등 여러 소재가 나오는데, 소재 간의 연관성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소재를 통일시키고 메인 플롯을 정리하면 좋겠다. 엄마에 이어 이듬이 보육원 아이들에게 퀼트를 가르치고, 합창대회 대신 공예 전시회를 여는 등의 설정은 어떨까? 보육원 아이들의 가장 큰 걱정거리는 자립해서 먹고사는 문제다. 여기에 주제의 초점을 맞춰야 하지 않을까 싶다. ‘우리 모두 우주처럼 소중하다’는 메시지는 듣기 좋은 말이지만, 연출적으로 표현해내기 어렵다. 퀼트는 보호종료아동들이 사회로 나가 자립하는 데도 기술로 활용될 수 있다. 아이들에게 닥친 현실적인 문제, 초목표 등을 퀼트와 연관시켜 이야기를 꿰어보면 어떨까. 

 

 

설명적인 가사와 단순한 음악 구성

 

배우3: 대본에 인물들의 스토리보다는 순간의 감정들이 많이 담겨있다. 이야기를 따라가는 게 아니라, 인물들의 감정에 공감해야 한다고 압박받는 느낌이다. 뮤지컬에서 노래는 가장 중요한 감정의 순간에 터져 나온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는 약한 감정 상태가 나열되고, 오히려 중요한 대사는 훅 지나가 버린다. 인물들이 각자 원하는 게 무엇인지 명확해야, 감정도 잘 정리될 것이다. 음악은 고전적인 합창곡이 아니라 밴드 사운드에 가깝게 들린다.  

 

스태프1: 대부분 뮤지컬 넘버를 이어놓으면 이야기의 흐름이 보인다. 그런데 이 넘버들을 붙여보면 무슨 내용인지 잘 모르겠다. 우주와 관련한 가사들이 전체적으로 장황하고, 비유적이고, 모호하다. 우주라는 소재를 밀고 나가려면,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는 포인트를 마련해야 한다. 


 스태프2: 작가와 작곡가가 더 적극적인 논의를 해서, 음악과 대사 구성을 개선했으면 좋겠다. 가사는 일상 대화가 아니다. 중간중간 음악의 흐름을 깨는 대사들이 많다. 가사에 하고 싶은 이야기가 함축돼 있어야 하는데, 우주에 대한 정보들이 깔려 있다. 불필요한 대사는 걷어내자. 노래 형식을 통해 테마를 전달할 수도 있다. 가장 마지막 곡에 작가의 메시지가 담겨있다. 우리는 다 열 달 엄마 배 속에서 자라난 소중한 존재들이다. 별들 하나하나, 행성 하나하나가 모여 우주를 이루듯이, 소중한 너와 내가 모여 이 세상을 이루고 있다. 이러한 주제를 무대화하기 위해 처음엔 솔로, 그다음 듀엣, 그다음엔 트리오, 마지막엔 합창에 이르는 구성으로 곡을 짜는 방법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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