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조각숨>

뮤지컬 <조각숨> 극작 멘토링

 

일정| 2022년 11월 15일(화) 20시 30분~22시 30분 
장소| 대학로 소나무길 연습실
멘토| 오세혁 연출가
멘티| 곽지현 작가, 장재훈 작곡가

 

준비된 트리트먼트를 토대로 멘토링이 시작됐다. 오세혁 멘토는 희망에 초점을 둔 기획 의도를 보고 이견을 제시했다. 우주니까 혼란스러울 수 있고 우주니까 어두울 수 있다는 내용이 이미 트리트먼트 안에 들어 있다. 더 흥미로운 기획 의도를 보여주려면, 너무 긍정적인 방향으로 답을 내리기보다는, 서로 부딪히는 지점을 만들어 질문을 던져야 한다. 우주가 천억 개 이상의 별들과 은하로 이뤄진 것처럼, 사람도 우주와 닮아서 아직 개척되지 않은 미지의 영역을 품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타인을 완전히 알지 못한다. 이 작품은 어쩌면 완전히 도달하지 못하는 우주를 닮은 사람들이 서로의 마음속을 항해하는 이야기다. 그 마음 안에 칠흑 같은 어둠이 있을지 반짝이는 별들이 있을지는 모르지만, 일단 그 속으로 가보고자 하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이듬은 엄마의 흔적을 찾기 위해 우주보육원을 찾아오고, 카오스와 같은 그곳에서 자신이 질서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그런데 이듬이 혼란이나 어둠 자체를 인정하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듬이 자신의 마음속에 있는 카오스를 꺼내 보일 수도 있다. 질서와 무질서·밝음과 어둠을 함께 포용하는 공간으로서 우주가 제시된다면, 우주보육원의 공간적 의미가 더욱 깊어질 것이다. 더불어 인간에 대한 더욱 깊은 이야기를 할 수 있다. 라이브 카페에서 우주에 관해 멋있게 노래하는 이듬과 시끌벅적 무질서한 청중들의 모습을 대비시켜 표현함으로써, 오프닝 장면에서부터 관객에게 이와 관련한 힌트를 주는 것도 방법이다. 

 

보육원 출신인 규민은 성인이 되어 우주보육원에서 봉사활동을 한다. 그는 입양 가정에서 사랑받지 못하고 매일 눈치를 보며 자랐다. 이런 성격을 외형적으로 보여주는 방법으로 규민이 평소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사람과 눈을 마주치지 못하는 인물로 보여준다면 어떨까. 그가 끝내 얼굴을 보여주지 않다가, 후반부에 이르러 맨얼굴과 아름다운 음색으로 첫 노래를 부른다면, 아주 인상적인 장면이 될 것이다. 곽지현 작가는 규민이 많은 사연을 갖고 있지만 잘 드러나지 않는 캐릭터라며, 조언을 토대로 캐릭터를 살려보겠다고 답했다. 

 

후반부에 삶의 낙을 잃고 위태롭게 서 있는 세연을 이듬이 끌어당겨 구하는 장면이 있다. 전반부에도 기차역에서 두 사람이 만나는 장면이 있으니까, 두 장면이 반복되면서 대비된다면 좋겠다. 오히려 전반부에 이듬이 세연을 구하고, 후반부엔 세연이 멍하게 서 있던 이듬을 구하는 게 더 매끄러울 수 있다. 세연이 이듬을 구하면서 그에게 퀼트 한 조각을 건넨다면, 주제의식을 드러내면서 마무리할 수 있다. 


 
후반부 기찻길 장면에 나오는 넘버명은 ‘우주로 돌아가자’다. 그런데 작품 제목이 <조각숨>이니만큼, 퀼트를 건네는 행위와 연결 지어 ‘한 조각’과 같은 제목을 넣어도 좋다. 퀼트는 작품의 주요 소재다. 세계가 모여 우주가 되듯, 작품 속 퀼트와 우주의 의미가 상통한다. 사람도 어떻게 보면 세포 하나에서 생겨났다. 넘버에 ‘퀼트 한 조각을 시작으로 우주를 만들 수 있다’는 가사를 붙이면 어떨까. 완전한 어둠과 절망이 온다고 해도 ‘한 조각만 있다면’과 같은 희망을 표현할 수 있다. 뮤지컬에서는 넘버를 통해 이야기가 추진되고 행동이 이뤄진다. 좋은 뮤지컬을 만들려면, 넘버만 이어봐도 이야기가 보일 수 있도록 노래를 구성해야 한다.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