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AIR13:For the love of the game>

[AIR13: For the love of the game] 테이블 리딩 현장

 

일시: 2022년 1월 18일(수) 14시 30분~16시 
장소: 이음아트홀
진행: 손지은 연출가, 김혜성 음악감독
출연: 안지환(임재희), 원우준(고호빈), 김기택(제마준), 송상훈(조춘삼 외), 이지현(호빈 母 외)

 

 

[AIR13: For the love of the game] 테이블 리딩 역시 손지은 연출가와 김혜성 음악감독이 진행했다. 참여자들은 본 작품이 흔치 않은 힙합 뮤지컬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와 함께 작품을 발전시키기 위한 개선점들을 함께 고민했다. 

 


단조로운 힙합 구성 

 

배우1: 넘버가 다채롭지 않다. 힙합 안에서도 808 베이스, 붐뱁, 싱잉 랩(멜로딕 힙합) 등 다양한 음악이 있다. 그런데 지금 구성은 한 가지 색깔만 있는 느낌이다. 1990년대라는 극 중 배경을 고려하더라도 한두 곡쯤은 좀 더 트랜디한 음악을 보여주는 게 좋지 않을까?

 

배우2: 힙합을 좋아하는 입장에선 곡들이 오히려 트랜디하게 들린다. 리믹스 버전을 만들어서 레트로 느낌을 내도 괜찮을 듯하다. 

 

참관1: 90년대가 배경인데, 올드 스쿨 느낌이 묻어나지 않는다. 창작진이 이야기를 먼저 구상했는지, 애초에 힙합 음악으로 뮤지컬을 만드는 게 목표였는지가 궁금하다. 후자라면 음악이 지금보다 더 돋보여야 한다. 전문가들한테는 다르게 들릴지 몰라도, 일반적인 뮤지컬 관객이 듣기에는 곡마다 비트가 너무 비슷하게 들릴 것 같다.

 

참관2: 90년대에 대한 리서치와 고찰이 필요할 것 같다. 당시 우리나라 사람들이 열광했던 힙합 문화를 반영하면 어떨까. 90년대와 2000년대를 넘나들면서 음악에 변화를 줘도 재밌을 것 같다. 특정 연도로 시대를 고정시켜버리면 음악과 이야기가 확장되기 어렵다. 힙합이 작품을 관통하는 콘셉트라 해도, 뮤지컬 문법에 따라 넘버를 다채롭게 구성하면 좋을 것 같다. 이 작품의 타깃 관객층은 누구일까? 뮤지컬 마니아일까, 농구를 좋아하는 사람일까, 힙합을 좋아하는 사람일까? 관객과 장르에 대한 고민부터 다시 재고하면 어떨까 싶다.

 

배우3: 넘버 대부분 인물들이 자신에 대해 말하는 아이엠송이라서 비슷하게 들리는 것 같다. 하지만 반항적인 캐릭터를 보여주기 위한 흔한 록 음악의 조합이 아니라서 신선했다. 힙합과 뮤지컬의 만남이 낯설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이런 콘셉트를 시도했다는 것만으로도 응원을 보내고 싶다. 뮤지컬이라는 장르에 너무 구애받지 않고, 창작진이 처음부터 구상했던 것을 밀고 나갔으면 좋겠다. 드라마를 더 보완하든지, 아니면 아예 콘서트처럼 음악을 더욱 강조하는 방향으로 진행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참관3: 록 뮤지컬이라고 해서, 시작부터 끝까지 록 음악만 나오는 건 아니다. 극 중 상황에 따라 인물들이 랩 배틀을 한다거나, 감미로운 듀엣곡을 부를 수도 있을 것 같다. 

 

 

왜 힙합이고, 왜 90년대인가? 


배우2: 역사적으로 힙합은 갈등으로 인해 생겨난 장르다. 인물 간 갈등 구조를 심화시키는 데에 힙합 음악이 좋은 역할을 할 수 있다. 인물들이 쫓고 있는 목표와 그들 사이의 갈등을 더 명확히 하면 좋겠다. 음악과 함께 갈등이 전개되고 변주된다면 흥미로운 작품이 될 것이다. 

 

배우3: 과몰입하지 않고 거리를 두고 볼 수 있는 이야기다. 달리 말하면 드라마가 파편적이고 중심 플롯이 뚜렷하지 않은 면이 있다. 성장하지 않는 것도 일종의 성장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듯하다. 이게 드라마 같은 영상 콘텐츠라면 그 의미를 충분히 전달할 수 있을 테지만, 뮤지컬이라는 점에서 공연에 맞는 화법과 대사가 필요해 보인다. 

 

참관3: 뮤지컬이라기보다는 힙합이 나오는 음악극 같다는 인상이다. 장면이 전환되거나 내레이터가 이야기를 진행하는 부분 등은 연극적으로 느껴졌다. 자기 이야기만 하는 아엠송이 주를 이루다 보니. 음악을 통해 상황이 전개되지 않는 면이 있다. 인물들이 어떤 지점을 향해 나아가는지, 그들의 관계가 어떤지를 좀 더 보여주면 좋을 것 같다.


스태프1: 농구와 힙합의 만남이라는 소재가 재밌다. 하지만 이 이야기와 힙합이 왜 만나야 하는지 설득되지는 못했다. 특정 시대 배경을 고수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90년대를 살았던 세대로서 이야기가 충분히 와닿지는 않았다. 드라마를 보강해서 장르의 설득력을 높이면 좋겠다. 아니면 노래만 들어도 훌륭한 곡을 배치해서, 쇼적인 측면을 부각하는 방법은 어떨까.

 

스태프2: 인물들이 교류하는 장면이 많지 않고, 한 캐릭터에 너무 큰 비중이 쏠려있다. 조연 캐릭터들은 애매모호하거나 단편적인 부분만 드러나는 것 같다. 농구가 전국민적으로 열광하던 스포츠는 아니었기 때문에, 공연을 다 보고 나서도 시대 배경이 90년대였는지 알아채지 못하는 관객도 있을 것이다. 마이클 조던이 했던 말과 주인공의 상황이 좀 더 어우러지면 좋겠다. 꼭 그 시대를 살지 않았더라도, 관객들이 90년대에 대한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처럼, 아날로그적인 매력이라든가 빠져들 수밖에 없는 공감 포인트를 마련했으면 좋겠다. 이 작품에서만 볼 수 있는 90년대의 풍경이나 매력 코드가 있으면 어떨까.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