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AIR13:For the love of the game>

뮤지컬 작곡 멘토링

 

일정: 2022년 12월 11일(일) 23시 ~ 24시30분
장소: 온라인 구글 미팅 회의실
멘토: 김성수 작곡가
멘티: 김의연 작가, 정승혜 작곡가, 안주성 작곡가

 


12월 11일 오후 11시, 온라인 구글 미팅 회의실에서 뮤지컬 (이하 )의 비대면 작곡 멘토링을 진행했다. 

 

가사의 정보를 덜어내는 과정에서 드라마의 밸런스가 대폭 수정되어 재희의 비중이 줄어들고 호빈의 비중이 늘어났다. 자칫하면 주인공의 임팩트가 떨어질 수 있다. 호빈을 앞으로 내세우기에는 이 인물이 매력적이거나 꼭 필요한 캐릭터가 아니다. 3시간이 넘는 대극장 작품이나 대하드라마의 경우 다양한 군상을 제시하더라도 관객들이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만, 이 작품의 경우 단시간 내에 관객들을 몰입시켜야 한다. 

 

많이 디벨롭된 것 같지만 여전히 프로토타입 같다. 무대 올라가려면 많은 편곡이 들어가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실제 무대화 과정에서 누가 연기하느냐에 따라 큰 차이가 생긴다. 뮤지컬은 제작 기간이 길기 때문에 한 템포씩 느리게 이전의 음악을 쓰게 되어서 장르적으로 세련되기 어렵다. 특히 이 작품은 세련되게 만들려고 하기보다는 90년대의 문화와 스타일을 지켜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냉정하게 말하면 요즘의 관객들은 마이클 조던이나 하위문화에 대한 관심이나 이해도가 낮다. 현재는 시대에 한정되지 않는 음악들로 구성되어 있으나 음악에서 90년대의 색채를 느끼게 할지, 무관하게 할지는 꼭 선택해야 한다. 90년대를 더 심도 깊게 보여주지 않으면 시대적 배경이 찍히지 않는다. 용감하게 공기가 달라졌다고 느낄 정도로 시대의 느낌을 진하게 전하는 방식으로 갔으면 한다. 대본에는 ‘MPC’나 ‘AIR13’ 등 관객들이 알아듣지 못하더라도 90년대를 구현하겠다는 의지가 보인다.

 

가사에 영어를 많이 쓰는데 실제 공연에서 배우들이 영어로 부르는 것은 상당한 부담이다. 반복하는 후렴구 “Never back down”을 관객들이 과연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한 번만이라도 제대로 전달되면 반복해도 되지만 그 전달에 실패하면 관객들은 노래에 집중하지 못할 것이다.

 

‘GOAT(Greatest of All Time)’라는 표현은 어떻게 전달될 수 있을까. 멘티 정승혜 작곡가도 처음에 이 단어를 몰랐지만 김의연 작가가 마이클 조던 때문에 만들어진 단어이기 때문에 꼭 넣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멘토 김성수 작곡가는 무대에 치어리더들이 플랜카드를 들게 하는 등의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재희와 앙상블의 라인을 바꿔 부르는 것도 이해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보통은 합창으로 후렴구를 부르고 벌스(verse)에서 설명이 들어가는 방식으로 곡이 구성된다. 벌스에서 먼저 설명이 제시되고 그 다음 축약해서 코러스에서 ‘GOAT’를 외치는 순서가 좋다.

 

현재 극 중 인물들은 대부분 선한 역이고 그나마 악역에 가까운 것이 조춘삼이다. 그 외엔 대적해야 할 대상이 별로 없어서 무대에서 표현하기 어렵다. 뮤지컬은 무도회장과 같이 과장된 인물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레미제라블>의 테나르디에 부부는 악독한 여관주인들이지만 기립박수를 받는 인기를 누린다. 재희의 꿈을 ‘딴따라’라고 표현하며 반대하는 부모님과 조춘삼의 위치가 애매하다. 엔딩이 조금 급발진처럼, 혹은 흐지부지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너무 갈등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대립 장면에서도 압박하는 말들이 막연하거나 간접적이어서 이런 부분의 충돌을 키우면 좋겠다.

 

전반적인 음악들이 너무 공정하고 배려 깊게 분배되어 있는 느낌이다. 냉동음식을 해동했다가 다시 얼리면 안 되듯이 몰아가야 하는 때도 있다. 한부분 정도는 한 인물에게 2~3개 넘버를 집중적으로 몰아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 멘토링과 수정을 거쳐 정리되면서 오히려 기술적으로 담백해지고 드라이해진 것 같다. 작품이 흠 잡을 데 없는 것이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

 

작곡가들은 관객이 알아들을지의 여부와 무관하게 콘텍스트에 음악의 역사, 장르, 계급에 대한 여러 의미들을 넣을 수 있다. 관객과 무관하게 하는 것이 바로 예술이다. 찜찜한 지점이 있다면 아직 개연성이 확보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성수 작곡가는 마지막으로 두 가지 충고를 건넸다. 첫 번째로 계속 허세와 잘난 척을 유지할 것, 그리고 두 번째로 모든 장치들은 이야기를 위한 포석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을 것. 현재 수정된 대본에서 처음의 기세가 사라진 것이 느껴진다. 초심을 믿고 기죽지 않았으면 좋겠다. 동시에 여러분이 갖고 있던 무기인 자신만의 스타일을 잊지 않고 잘 완성하기를 바란다. 멘토링 받는 멘티들이 ‘집착이 쎼다’, ‘강박증이 있다’ 같은 말들을 들었으면 좋겠다. 멘토 김성수 작곡가와 멘티 김의연 작가, 정승혜 작곡가, 안주성 작곡가는 다음 만남은 대면으로 진행할 것을 기약하며 멘토링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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