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향란晑乱 >

뮤지컬 <향란> 작곡 멘토링

 

일정: 2022년 12월 5일(월) 19시 ~ 20시 30분
장소: 온라인 줌 회의실
멘토: 신은경 작곡가
멘티: 이진원 작가, 강소연 작곡가

 

지난 12월 5일, 온라인 줌을 통해 뮤지컬 <향란>의 작곡 멘토링이 진행되었다. 멘티 이진원 작가와 강소연 작곡가는 멘토링 직전까지 몇 차례의 수정 파일을 전달하며 성실하게 멘토링에 임하였다. 멘토 신은경 작곡가는 넘버의 위치 및 서사 구조에서 바뀐 진행이 흥미로웠다고 평하며 각 장면과 넘버들에 대한 세심한 피드백을 나눴다.

 

향란이 시계 강습소에 가기까지의 장면에서 방정환의 어린이 잡지에 실린 『아라비안나이트』를 차용하여 마리오네트나 탈을 활용한 동화 구연으로 사건을 전개하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이러한 장면이 한국적으로 구현된다면 음악적으로도 국악 요소를 넣자는 의견에 대해 신은경 멘토는 우려를 표했다. 뮤지컬 <향란>은 시대를 앞서가는 인물을 주인공으로 그리고 있기 때문에 모던한 느낌의 음악이 더 잘 어울린다. 또한 현재 사극풍의 시대극이 많이 창작되고 있기 때문에 음악적으로도 이들과 차별화하는 것이 좋다.

 

지난 곡들에서는 향란의 음역이 너무 높았으나 이번 수정본에서는 음역을 낮추고 반주를 바꿔 훨씬 매력적으로 변했다. 하지만 음역을 너무 낮추면 배우가 노래를 하며 연기할 때 불편할 수 있어 적정선을 찾아야 한다. 향란은 말투나 행동에서 긍정적인 에너지를 발산하는 캐릭터인데, 긍정적인 사람이 나락에 떨어졌을 때의 느낌은 보통의 비극적 정서와 다른 느낌인 것 같다. 그런 느낌을 담아내야 한다. 

 

음악적 편곡이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 어쿠스틱 기타와 피아노가 메인 악기로 테마를 표현하는데, 전반적인 편성이 단조롭게 느껴질 수 있다. 테마 진행 또한 정직하게 온음표가 나열되는 패턴으로 이뤄져 있다. 게다가 김선생과 향란이 등장할 때의 반주 멜로디와 리듬 패턴이 거의 동일하다. 멜로디를 통해 분위기를 만드는 효과는 좋지만 화성이나 화음 관계를 이용해서 좀 더 풍부하게 표현하거나 대위선율이 하나 더 들어오면 좋겠다.

 

한 옥타브를 올리는 변화는 너무 단순한 발상이다. 차라리 더 과감하게 음역의 위치에 변화를 주거나, 악기를 추가하는 게 더 큰 효과를 줄 수 있다. 각 인물 별로 악기를 부여하는 것을 많이 쓰기도 한다. 각 인물들의 캐릭터가 좀 더 보일 수 있는 음악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합창곡은 전형적이지 않고 강소연 작곡가만의 색깔과 센스들이 많이 담겨있어서 매력적이다. 전반적으로 솔로보다 합창곡들이 더 재밌다. 솔로 넘버들은 솔로의 기능이 확실히 보이는 곡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래서 합창에 비해 평범하고 전형적으로 느껴지기도 하는데 작곡가 본인만이 쓸 수 있는 곡을 선보일 필요가 있다.

 

전반적으로 음악이 상황을 끌고 가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상황과 감정이 몰아칠 때 음악과 같이 몰아치는 것은 좋으나 중간중간 숨 쉬는 구간이 있으면 좋다. 섹션들마다의 연결을 살펴보면 거의 쉼 없이 채찍질하듯 달려가는 느낌이고 많아야 서너 박자 정도만 쉬고 있다. 오히려 음을 길게 끌거나 잡고 있는 지점을 주는 등 음악적 기교를 부려도 좋겠다. 마지막 넘버와 장면은 너무 갑자기 마무리 짓는 느낌이 든다. 에필로그 등을 이용해서 보완하는 게 좋을 것 같다. 

 

멜로디가 기억에 남기 위해서는 가사와 멜로디가 서로 잘 붙어야 한다. 특별히 외우려 하지 않아도 외워질 정도의 메인 테마 멜로디가 만들어진다면 실제 공연에서 그 테마가 발휘하는 힘이 크다. 단어와 가사, 그리고 멜로디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또 마지막 후렴을 한 번 더 반복할 때 반복이 아니라 확장처럼 느껴질 수 있어야 한다.

 

신은경 멘토는 무엇보다도 작곡가와 작가의 의도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멘토링에 너무 영향을 받지 말고 자기중심을 잘 지켜야 한다고 당부했다. 멘토와 멘티들의 열정과 작품에 대한 애정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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