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향란晑乱 >

뮤지컬 <향란(晑乱)> 극작 멘토링

 

일정: 2022년 10월 25일(수) 21시 40분~23시
장소: 온라인 줌 회의실
멘토: 박소영 연출
멘티: 이진원 작가

 

뮤지컬 <향란(晑乱)>은 다양한 피드백을 통해 거듭 수정을 거치며 서사구조와 넘버 구성, 등장인물과 초목표에 크고 작은 변화들이 있었다. 박소영 멘토는 잘 쓴 부분에 대한 칭찬도, 애매한 부분에 대한 지적도 모두 놓치지 않으며 현재까지 수정된 뮤지컬 <향란(晑乱)>의 대본을 읽고 느낀 감상들과 뮤지컬 극작에 대한 다각적인 조언을 나눴다. 

 

이야기를 풀어가는 결이 통일되지 않아 방향성이 뚜렷하지 않다. 예를 들어 초반 넘버들은 쉽고 빠르게 ‘그렇다 치고’ 넘어가는 부분들이 많다. 그러다 갑자기 비장미가 느껴지는 구간으로 넘어가면 아예 다른 작품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야기를 푸는 방식 자체가 달라지는 것 같다. 형식을 어느 정도 맞춰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시계수리를 배우는 것은 향란에게 큰 의미를 갖는 일로, 추후 벌어지는 사건들의 키가 된다. 그러나 향란이 시계수리를 배우고 싶다고 마음먹는 부분이 너무 쉽게 결정된다. 중요한 생각들이 쌓여서 도달한 결론이 아니라 단순하게 제시되다 보니 인생 전체가 우연 닿는 대로 흐르는 느낌이다. 너무 많은 부분이 우연에 기대어 진행된다. 뮤지컬은 사건 위주로 진행된다. 인물이 사고를 전환하게 되는 거대한 사건이 더 능동적으로 이루어지고 설득력 있게 제시되면 좋겠다.

 

후반부에 향란의 노래 하나로 노동자들이 설득되는 부분도 납득하기 어렵다. 민우의 상황을 엮어서 향란에게 갈등을 준 것은 좋다. 그러나 그 앞의 사람들의 마음이 너무 쉽게 바뀐다. 수환이 향란의 이름을 부르는 것을 듣고 아이들이 향란의 정체를 알게 되거나, 알자마자 노래를 부르는 것도 갑작스럽다. 향란의 이름이 바뀌는데, 정체가 들켜야 하기 때문에 예전 이름을 부른 것 같아 작위적으로 느껴졌다.

 

노래 안에 BG(언더스코어)가 깔리는데 정확하게 계산되어서 쓰인 것 같지 않다. 전반적으로 언더스코어들이 헐거운 느낌이다. 분위기에 맞춘 음악을 플레이한다는 생각으로 언더스코어를 쓰는 것은 무의미하다. 정확한 상황에 맞는 음악에 대한 체계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학생들과 술자리를 갖는 장면이 한남권번이 술파는 곳이라는 걸 모르는 관객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멘토링 과정에서 추가된 부분이라고 했는데, 그래서 그런지 너무 설명을 위한 장면같이 보인다. 상황이나 흐름에 필요하기보다는 향란이 기생이었다는 배경만이 강조된다. 회중시계에 대한 넘버도 작품이 여러 차례 수정되는 과정에서 연결고리를 잃은 상태이다.

 

강향란의 수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며 ‘바다시계’에 대한 판타지가 펼쳐지는 넘버가 좀 더 분명하게 그려지면 재밌어질 것 같다. 현재는 구체적이지 않고 누구나 할 수 있는 똑같은 말들만 반복되어 관객들이 상상하며 따라가기 어렵다. 

 

총 6인극 구성에서 3인은 메인 캐릭터로, 3인은 앙상블로 등장하는데 앙상블의 경우 각각 자신이 맡은 큰 역할이 있어야 무대 위에서 더욱 매력적으로 살아날 수 있다.

 

작품의 중심이 분명해져야 한다. 향란의 이름에 따라 삶이 바뀌며 정체성을 찾아가는 이야기와 독립투사에 대한 이야기가 중요한 플롯이다. ‘대의를 위해 노동자들의 이야기는 무시되어도 좋은가?’로 문제를 제시하는 부분이 좋았으나 중간에 설득력이 떨어진다. 독립투사 이야기가 나올 때 너무 진지하고 전형적으로 전개되어서 관객의 흥미를 끌기 어렵다.

박소영 멘토는 너무 다양한 의견을 모두 수용하는 것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디벨롭 과정에서 수많은 피드백을 거치게 되는데, (멘토들도) 각자 취향이 있기 때문에 모든 말을 따라가기보다는 취할 것만 취하기를 권했다.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