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고스트 노트>

뮤지컬 <고스트 노트> 극작 멘토링

 

일정: 2022년 11월 23일(금) 15시~18시 
장소: 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극장 
멘토: 한정석 작가, 민찬홍 작곡가 
멘티: 오세윤 작가, 황예슬 작곡가

 

<고스트 노트>의 두 멘토는 준비된 넘버를 하나씩 들으면서 멘토링을 이어갔다. 먼저, 트리트먼트를 본 한정석 작가는 <고스트 노트> 팀이 원래 목표로 했던 2인극 형식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스러워 했다. 주인공 바다와 찬 외에 ‘선배’ 캐릭터가 나오는데, 선배가 등장해야만 할 것 같은 비중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2인극으로 가려면, 선배 몫을 여러 주변 인물들의 목소리로 나누는 게 나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극 중 바다가 ‘고스트 노트’를 쓴다. 한정석 작가는 어떤 내용이 담겨 있길래 노트가 공개됐을 때 바다에게 불리한 건지 그 수위를 궁금해 했다. 바다가 찬과 함께했던 일상은 그 어디서도 말할 수 없고, 고스트 노트에나 쓸 수 있는 것이다. 그러기 때문에 바다와 찬이 엮이는 장면 중간중간에 고스트 노트를 활용해서, 이 소재의 의미를 차분하고 진솔하게 전달해야 한다. 의욕을 잃고 사람들을 만나기 두려웠던 바다가 밖으로 나가게 되는 데에는 고스트 노트를 쓴 게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그의 변화 원인이 주제와 어울리는 것이면 더욱 좋다. 이 작품은 보잘것없는 것, 어수룩한 나의 단점을 받아들인다는 이야기다. 완벽하지 않은 것들을 끌어안음으로써 깨닫게 되는 것, 찬을 통해 얻은 그 깨달음을 다시 찬에게 전해주려고 바다가 무대 위에 서는 것일 수도 있다. 친구가 못 이룬 꿈을 이뤄준다는 설정보다는, 이러한 동기가 관객에게 더 크게 다가갈 듯하다.

 

찬은 어둡고 외골수적인 캐릭터라고 생각했는데, 너무 또래 친구같이 능글맞고 까불거리는 성격으로 수정되었다. 찬에게 더 시니컬하고 종잡을 수 없는 개성을 부여하면 좋겠다. 바다와 찬의 캐릭터가 대비될수록 극이 더욱 재밌어진다. 두 사람 사이의 분위기와 결론의 분위기를 같게 하기보다는, 감정적인 갈등을 더 크게 만들고 인물들도 선을 넘게 해야 작품에 활기가 생긴다. 물론 두 인물 간의 원망이나 속상함 같은 감정이 제대로 표출돼야, 관객이 소외감을 느끼지 않고 결말에 동의할 수 있다.

 

인물들이 목표를 추구하는 과정이 쉽게 쓰여선 안 된다. 완벽한 일상을 유지하는 게 버거울 정도로, 바다는 큰 대가와 고생을 치러야 한다. 빙의라는 상황이 주는 충돌도 있겠지만, 캐릭터 자체의 충돌이 있어야 한다. 

 

빙의로 인해 두 인물이 서로 동기화되면서 상대의 생각과 심정을 느끼는 장면이 있다. 후유증을 겪는 게 이해는 되지만, ‘너는 또 다른 나’라는 식의 서사는 유행이 지났다. 두 사람은 다르지만, 다름을 서로 존중하며 마음을 열게 된다는 결말로 나아간다면 어떨까. 

 

두 인물의 언어가 너무 합리적이다. 당황한 것 치고는 둘 다 상황을 객관적으로 인식하고 있다. 한 명쯤은 흐트러져도 괜찮다. 인물들의 언어나 행동들이 더 파격적으로 전개될 수도 있을 텐데, 충분히 전개되지 않는 느낌이 든다. 대본 수정 후 캐릭터와 구조는 안정적으로 다져졌다. 하지만 이 작품을 즐길 수 있게 하려면, 별도의 고민을 해야 한다. 영혼, 고스트 노트, 빙의 등의 소재를 활용해서, 인물들을 더 궁지로 몰아넣는 결정적인 장면을 만들어내는 게 좋다. 바다가 혼수상태인 찬을 위해 뭔가 한다는 설정도 인간적으로 당연한 선택 같아 보인다. 바다가 찬을 돕는 행위가 자신이 지금껏 쌓아온 성을 무너뜨리는 것 같아야 선택의 무게가 더 느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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