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오빠생각>

전쟁 속에 피어난 아름다운 목소리
<오빠생각> 최혜련 작가, 김효은 작곡가

 

글로컬 뮤지컬 라이브 시즌6의 마지막 프로그램인 쇼케이스 선정작 중 하나로 뮤지컬 <오빠생각>이 선발되었다. 뮤지컬 <오빠생각>은 6‧25 전쟁 당시의 어린이 합창단을 소재로 한 동명 영화를 각색한 작품이다. 모든 이가 피폐해질 수밖에 없는 전쟁 속에서 그들의 마음을 어루만졌던 아이들의 목소리. 최혜련 작가와 김효은 작곡가는 비록 짧은 기간이었지만 좋은 팀워크로 작업해 온 작품이 좋은 기회까지 얻어서 기쁘고 감사하다는 말로 작품과 개발 과정 이야기를 이어갔다.

 

 

따뜻함을 향해 내디딘 첫발
영화의 뮤지컬화가 쉽지 않았을 텐데, 각색할 때 중점을 둔 점은 무엇인가?
최혜련
기본적인 스토리는 대체로 유지하되, 영화 속 등장인물이 많아 핵심 인물 위주로 정리했다. 영화는 큰 갈등 구조 없이 잔잔하고 무겁게 흘러간다. 뮤지컬에서는 갈등이 더 드러날 수 있도록 수정했고, 인물도 보다 입체적으로 살리고자 신경 썼다. 사실 영화는 장면 전환이나 클로즈업 같은 효과를 통해 인물의 정서를 보여줄 수 있다. 하지만 극은 이런 것들이 불가능하고 큰 그림으로 보여줘야 한다. 영상 효과를 무대언어로 변환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

 

인물 중에서 ‘갈고리’가 가장 많이 바뀌었는데, 상렬과의 대결 구도가 더 확실해져서 좋았다. 
최혜련
상렬을 주인공으로 설정하면서 대척점에 있는 인물이 필요했다. 그래서 갈고리를 좀 더 극 중에서 큰 갈등을 유발하고, 긴장감을 조성하는 캐릭터로 강화했다. 그러면서도 단순히 나쁜 사람으로만 그리고 싶지 않았다. 갈고리 역시 전쟁의 피해자이고, 큰 상처를 입은 인물이다. 완전 악인이 아니라 관객들이 그래도 조금은 이해할 수 있는 빌런으로 만들고 싶었다.

 

각색하면서 실화를 더 찾아볼 수밖에 없었을 텐데, 혹시 별도로 추가한 실화 내용이 있나?
최혜련
스터디 중 실제 해군 어린이 합창단이 미국에서 공연하는 영상을 봤다. 그 시기에 정말 일어났던 일이라는 것을 체감하니, 이상한 감정에 휩싸였다. 여기서 영감을 많이 얻었다. 영화에서는 없지만, 미국 방문 공연을 뮤지컬의 마지막 장면으로 배치하고 힘을 줬다. 여기서 합창단의 의미와 극의 메시지를 정리하고 싶었는데 관객들에게 어떻게 다가갈지 궁금하다.

 

뮤지컬 <오빠생각>을 통해 어떠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나?
최혜련
가장 말하고 싶었던 소재는 전쟁 속의 아이들이었다. 원작 영화를 보면서도 6‧25 전쟁 이야기를 그렇게 많이 해왔지만 아이들을 이야기한 콘텐츠는 드물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여전히 세계에서 전쟁이나 폭력으로 고통받는 아이들이 많다. 관객들이 작품을 보고 난 뒤 이 아이들에게 관심과 연대의 시선을 건넬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

 

혹시 이러한 메시지를 위해 집중한 넘버나 장면이 있나? 
최혜련
전쟁의 가장 큰 피해자인 아이들이 오히려 세상에 희망, 응원, 위로의 메시지를 전하는 장면이나 노래에 신경을 많이 썼다. 아이들의 귀여운 모습을 보여주면서 그 속에서도 아이들이 지닌 상처가 드러날 수 있도록 했다. 개인적으로 공들인 부분은 아이들이 전방에 있는 군인들 앞에서 노래를 부르러 가는 장면이다.

 

 

함께 채워 가는 감동
작품의 음악 스타일이나 컨셉이 있나? 어떻게 음악을 작업하고 있나?
김효은
뮤지컬 <오빠생각> 역시 기존에 곡을 쓰던 방식과 다르지 않게 작업 중이다. 장르를 먼저 정하기보다는 드라마와 서사에 가장 잘 어울리면서도 뻔하지 않은 곡을 쓰려고 한다. 특히 이 작품은 성별과 나이를 불문하고 모두 볼 수 있는 작품이다. 그렇기 때문에 음악이 너무 어려워서는 안 되겠다고 판단했다. 대극장 극으로 생각하고 작업 중인 만큼 굵직굵직하고 대중적인 음악으로 개발하려고 노력 중이다. 

 

어린이 합창단이 소재여서 그런지, 동요를 활용한 넘버들이 많이 보였다. 
김효은
원작 영화에서 기존 동요들이 많이 나와서 우리가 새로운 동요도 만들자고 제안했다. 기존의 동요와 새로 작업한 동요들이 잘 어우러지도록 했다. 작품에서 추구하는 것이 전문으로 노래하는 아이들이 정말 잘 부르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것이 아니다. 극 중 내용상 주미가 아이들을 보살피고자 모두 합창단에 합격시켰던 만큼 노래를 못 부르는 아이들도 섞여 있다.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노래가 단순하고 쉬우면서도 들었을 때 좋아야 하는데 쉽지 않은 방향이다. 게다가 성장한 합창단 아이들이 상렬 지휘하에 노래를 부르는 마지막 장면에서는 감동을 이끌어내야 한다. 이 흐름을 음악적으로 보여줄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지금까지 작업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넘버는 무엇인가?
김효은
‘깡통시장’이라는 오프닝 곡이 가장 어려웠다. 오프닝 곡은 작품의 전체 톤을 보여주는 곡으로, 그 자체만으로도 쓰기 쉽지 않다. 그런데 뮤지컬 <오빠생각>이 1950년대 전쟁 속에서 펼쳐지는 이야기이니 음악적으로 시대 반영을 해야 할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혹 반영하지 않더라도 그 시대의 애환이나 분위기는 표현해야 했다. 게다가 ‘깡통시장’ 넘버는 시장 안에서 벌어지는 장면이라 감정과 생동감 넘치는 모습도 함께 드러나야 했다. 너무 슬프기만 해서도 안 되고 너무 신나기만 해서도 안 되는 그런 곡이었다. 작업하면서 힘들었지만 그래도 잘 나온 것 같아서 만족한다. 

 

 

끝나지 않은 도전
글로컬 뮤지컬 라이브 시즌6에 참여하면서 가장 도움을 받았던 과정이 있나?
최혜련
멘토링을 통해 오랜 기간 작가로 활동해 오신 선배 작가님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정말 좋았다. 작품에 관한 이야기는 물론이고 선생님의 노하우도 들을 수 있어서 더욱 도움이 되었다.
김효은 과정들이 다 좋았다. 이제 처음 작품을 개발하고 있는 입장으로서 다양한 것을 경험하고, 결정할 수 있어서 좋았다. 그 중에서 중간 리딩이 특히 좋았다. 아예 초반에 리딩을 하니까 오히려 방향성 잡기가 더 수월했고, 더 빠르게 작업할 수 있었다.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나서 변했거나 성장한 부분이 있나?
최혜련
대중들의 선호와 나의 취향 사이에서 항상 고민하는 편이었다. 이번에 원작 IP를 각색하여 좋은 극, 대극장 극으로 만드는 과정을 통해 상업예술에 관해 더 많이 생각하고 배웠다. 또한 대본을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을 갖게 되어 좋았다.
김효은 실제 전쟁 중에도 노래를 불렀다는 사실에서 개인적으로 큰 위로를 받았다. 산업이 발달하고 기계가 음악을 쓰는 상황에서 창작의 가치를 생각하곤 한다. 이 작품을 준비하면서 음악의 힘과 역할을 다시 확인했다.

 

앞으로 창작자로서의 목표는 무엇인가?
김효은
<오빠생각>을 많은 분이 와서 마음 편하게 보고 위로도 받고 힘도 얻을 수 있는 따뜻하고 대중적인 작품으로 만들고 싶다.
최혜련 <오빠생각>을 계속 발전시켜 정말 많은 관객 앞에서 보여드릴 수 있었으면 한다. 또 이번 프로그램에서 김효은 작곡가님과 만난 것이 가장 큰 행운이었다. 작곡가님과 앞으로도 함께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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