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세인트 소피아>

뮤지컬 <세인트 소피아> 극작, 음악 멘토링
일정: 2021년 9월 4일(토) 18시~19시 30분
장소: 라이브(주) 사무실
멘토: 김태형 연출가, 정상우 작곡가
멘티: 양소연 작가, 이승현 작곡가

 

3차 극본 멘토링
김태형 연출가는 전체적으로 대본 수정이 잘 됐다는 말로 멘토링을 시작했다. 극 구성이 흥미롭고, 제시한 사건이 적당하다고 평했다. 이 시대,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과 연결시킨 지점들이나 선명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일방적이지 않은 점이 좋았다고 말했다. 15번, 16번 넘버에서 사건만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화두를 던지는 장면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데, 과하게 주제의식만 전달하거나 사건만 진행하지 않도록 밸런스를 잘 맞춰서 정리할 것을 당부했다.

 

베로니카와 리자베타를 맡은 배우가 1인 2역을 하는 것에 의문을 표했다. 두 캐릭터의 위치나 상징성 등 한 배우가 두 역할을 했을 때 의미가 있어야 하는데 아직은 이 부분이 잘 보이지 않는다. 또 파벨(남성)-리자베타(여성)-부하 두 명(남성) 인물 구조 안에서의 리자베타의 위치는 좋다. 그런데 연출적으로 상상했을 때 리자베타가 잔혹하게 죽을 텐데, 여성이라는 점이 다소 마음에 걸린다고 덧붙였다. 이에 양소연 작가는 리자베타가 파벨의 이름을 빌려 권력을 휘두르는 것과 베로니카가 세인트 소피아의 이름을 이용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같은 모습이기 때문에 1인 2역이 의미 있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답변을 들은 김태형 연출가는 그런 당위성을 극에서 잘 드러나도록 보여준다면 괜찮을 것이라고 수긍했다. 

 

법정에서 소냐가 세인트 소피아라는 게 밝혀졌다. 이를 알게 된 군중들은 미천한 존재라 무시해왔던 소냐가 세인트 소피아라고 하니, 지금까지 속아왔다는 생각에 격분한다. 하지만 유배된 시베리아에서 소냐는 성인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준다. 영웅서사로서는 적절한 전개라고 본다. 하지만 지금 대본 구성은 조금 아쉬운 지점이 있다. 법정에서 군중들의 분노가 다 풀리지 않은 상황인데 시베리아 장면으로 넘어가면서 소냐는 초월한 모습을 보인다. 드라마적으로 깔끔하지 않다는 인상을 받았다. 

 

김태형 연출가는 소냐가 이러한 일을 다 겪고도 군중들을 용서하고 받아들이면서 시베리아에서 고발장을 쓰면서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며 끝나는 건 어떨지 의견을 제시했다. 이런 소냐의 추종자들이 생겨나서 이들과 힘을 합쳐 새로운 투쟁을 시작하는 식으로 마무리되는 것도 좋겠다고 말했다. 또는 일련의 일 이후에 피해자들이 과감하게 고발하고 승리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사회가 바뀌어 갈 것이라는 암시를 주는 마무리도 좋겠다고 했다.

 

 

1차 음악 멘토링
정상우 작곡가 역시 리라이팅이 잘 됐다며, 김태형 연출가의 말에 동의했다. 테이블 리딩 때 주로 이야기된 사항이 내용이 너무 어렵다는 것이었는데, 포르피리를 화자로 내세우면서 많이 해결되었다고 말했다.

 

2번 넘버를 재즈로 했다. 화난 대중들에 비해 포르피리가 냉철하게 사건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에 재즈 느낌을 선택한 이유는 알겠다. 하지만 작품 세계 안으로 진입해서 처음으로 소개하는 넘버이기 때문에 재즈는 잘 어울리지 않는다. 군중들이 겪는 사건이 러시아 혁명 느낌도 드니, 2번 넘버는 러시아 색채를 띠는 것도 좋겠다. 러시아 느낌으로 시작해서 자연스럽게 록 음악으로 넘어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포르피리가 먼저 여는 것이 아니라 군중들이 나오는 장면부터 시작하고, 포르피리의 설명으로 넘어가는 식으로 구성을 바꾸는 것도 고민해 보면 좋겠다.

 

작품의 전체 노래를 들었을 때 톤이 비슷한 것은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장르가 록이니, 어쩔 수 없이 화가 난 느낌을 준다. 넘버에 담긴 감정이 모두 분노로 비슷하니, 하나하나의 넘버는 좋은데 전체를 듣고 있으면 피곤해진다. 드라마의 분위기를 풀어주는 음악이 필요하다. 포르피리를 환기 시키는 인물로 활용하는 것은 어떨까. 극작 멘토인 김태형 연출가도 동의했다. 뮤지컬은 트릭스터, 쇼스타퍼, 광대가 필요한데, 현재 <세인트 소피아>의 모든 인물이 모두 주인공의 느낌이 강하다고 말했다.

 

정상우 작곡가는 러시아 포크송이 애절하고 슬픈 느낌이 있다며, 군중들에게 러시아 포크송 스타일로 이러한 정서를 드러나게 하는 것도 좋겠다고 말했다. 넘버 ‘구원을 받을 수 없다’, ‘내일이 없다’는 분노로 풀 수도 있지만, 좌절과 슬픔으로 풀 수도 있다. 전체의 음악적 흐름을 생각했을 때, 군중이 처음부터 분노한다면 소냐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제한되어 버린다. 소냐가 고발장을 쓰는 장면부터 사람들이 서서히 동요해야 하고, 그게 넘버 2번이어야 한다.

 

이야기나 가사를 수정하는 것이 아니라 음악적 해석을 조금 달리하면 풀릴 수 있는 문제이다. 러시아 느낌을 낼 수 있는 음악들을 찾아보면 좋겠다고 충고했다. 애상적인 폴카 아코디언 소리가 나온다면 감정을 확 잡을 수도 있다며, 악기를 이용한 릴리프 포인트를 잡는 것도 고민해 보라 말했다. 또한 단순히 슬픈 느낌으로 변경하라는 것이 아니라 넘버가 모두 강, 강, 강으로 가니 다른 정서로 표현하는 방식을 고민해 보라는 뜻이라 했다.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