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미치>

뮤지컬 <미치> 2차 극작 멘토링
일시: 2020년 10월 30일(수) 16시 30분~19시
장소: 라이브㈜ 사무실
멘토: 김태형 연출가
멘티: 박문영 작가

 

뮤지컬 <미치>는 가상의 나라 테르쥬를 배경으로 낮에는 노인, 밤에는 젊은이로 변하는 미치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부당한 권력에 맞서 싸우는 인물들의 이야기에 판타지 요소를 결합한 것이 특징이다. 테이블 리딩과 1차 멘토링을 거친 <미치>는 기본적인 구조와 틀은 그대로 가져가면서 이야기의 전체적인 흐름과 인물 관계를 새롭게 정의했다. 미치의 일거수일투족을 기록하는 작가 트레져와 테르쥬의 추기경이자 총리인 아스뎀의 관계가 재설정되어 극의 긴장감과 흥미를 더했다. 작품의 주요 소재인 ‘붉은 루비의 전설’이 오프닝에 삽입되었다. 이전보다 극 규모를 줄이고 원 세트로 구성할 수 있도록 수정하여 무대 연출의 효용성을 높였다. 

 

 

하지만 등장인물의 근본적인 욕망이나 목적이 분명하지 않다. 구체적인 목적이 제시되지 않고 무언가를 욕망하는 분위기만 풍기고 있다. 인물의 목적이 불분명하면 이야기에 대한 집중력과 흥미가 반감된다. 대중극은 선명한 서사가 필요하다. 이는 인물의 목적이 분명히 드러낼 때 가능하다. 인물이 분명한 목적을 갖기 위해서는 이들이 극복해야 할 문제가 구체적이어야 한다.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인물들이 취하는 구체적인 방법(목적)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실화를 다루는 작품이라면 배경 설명을 생략해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 하지만 <미치>는 가상의 세계를 다루는 만큼 그 세계에 대한 정보가 필요하다. 작가는 곳곳에 작품의 배경이 되는 테르쥬에 대한 정보를 배치했지만, 정보가 분산되어 있어 쉽게 알아차리기가 어렵다. 세계관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주지 않으면 관객이 작품에서 기대할 수 있는 게 없다. 이런 경우 극 초반에 아예 정보 제공을 위한 장면이나 넘버를 삽입해 극의 기본 배경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

 

<미치>는 현재를 기점으로 10년 전, 40년 전 이야기가 한 무대에 공존하는 독특한 구성을 하고 있다. 시차를 둔 세 가지 이야기가 서로 얽히고설켜 흥미롭게 하는 동시에 극을 이해하기 어렵게 한다. 주연을 제외한 모든 인물이 1인 다역으로 출연하는 탓에 시점의 구분이 모호하다. 계속 변화하는 시간을 직관적으로 구분할 수 있는 장치가 있어야 한다. 이는 관객뿐만 아니라 작품을 무대에서 구현하는 연출이나 배우들에게도 필요하다.

 

한편, 주인공 미치는 말로 타인을 설득하려는 모습이 반복된다. 말만 해서는 타인을 움직이기 어렵다. 미치의 말이 힘을 갖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증거가 있어야 한다. 증거는 특정한 물건이 될 수 있고, 미치가 행동으로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는 것이 될 수 있다. 미치가 타인을 변화시키는 인물이니 말뿐만 아니라 행동하는 인물이 되어야 한다.

 

 

뮤지컬 <미치> 2차 작곡 멘토링
일시: 2020년 10월 29일(화) 22시 30분
장소: 상암동
멘토: 김은영 작곡가
멘티: 박문영 작가, 조아름 작곡가

 

<미치> 음악 멘토링은 극 초반에 배치된 6곡을 들어보고 문제점을 논의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전반적인 음악 스타일은 좋다. 다만 같은 장면에서도 각기 다른 시간대의 이야기가 진행되는 <미치>의 특징을 음악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 한 넘버 안에서 장면이 변화하는 경우가 종종 등장하는데 음악의 톤이 크게 분리되지 않아 아쉽다. 계속 같은 이야기가 이어지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때로는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음악이 분위기를 상승시켜줘야 하는데 비슷한 분위기로 곡이 전개되면서 상승세가 자꾸 꺾인다. <미치>는 장면 변화, 인물의 감정 변화에 음악의 도움이 많이 필요한 작품이다. 같은 넘버 안에서도 악기 편성이나 톤을 달리해 변화의 지점을 정확하게 짚어줄 필요가 있다.

 

가사는 수정이 필요하다. 극 초반에는 상황을 보여주는 넘버가 많은데, 가사는 너무 포괄적이고 막연하다. 장면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이 무엇인지 또렷이 보여주는 가사가 필요하다. 어떤 넘버에서는 일상적인 말이 가사가 되어야 한다. 또 인물의 성격이 따라 사용하는 단어가 달라져야 한다. 예를 들어 극 초반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삼고 있는 테르쥬 백성들의 노래로 뱃사람들의 삶이 녹아 있어야 한다. 그러나 가사에는 뱃사람이 전혀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웅장한 이미지의 가사를 나열해 비장한 느낌을 강조한다. 가사의 뉘앙스는 곧 음악의 분위기와 연결된다. 자칫 곡에서 의도하는 바와 다른 음악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넘버의 목적에 따라 가사에 사용하는 단어를 세심하게 선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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