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컬 뮤지컬 라이브 시즌7 어바웃

창의특강4
중국 뮤지컬 시장의 현황과 한국 뮤지컬의 진출 사례
일시: 2022년 9월 29일 오후 4시 20분~5시 50분
장소: 한국콘텐츠진흥원 콘텐츠인재캠퍼스 303호
강사: 이성훈 ㈜쇼노트 대표

 

 
25년 동안 공연업계에 몸담아온 ㈜쇼노트 이성훈 대표가 2010년도부터 8년간 중국 뮤지컬 시장에서 경험한 이야기들을 들려주었다. 중국은 자본주의 경제체제를 지향하지만 그 밑바탕에는 사회주의, 공산주의가 내재되어 있다. 그러므로 산업발전을 민간자율에 맡기기보다는 국가가 주도적으로 특정 산업을 축소하거나 강화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중국은 고도성장을 거쳐 2008 베이징올림픽, 2010 상하이엑스포 등 국제행사를 유치하면서, 문화 산업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2009년 중국 국무원이 ‘문화산업진흥계획’을 발표하고, 문화산업의 선진화를 추진하였고 이러한 흐름 속에서 당시 CJ E&M은 영화, 음악, 드라마, 공연, 예능 등의 사업을 중국 현지법인을 설립하여 적극적으로 추진하였다. 

 

중국 뮤지컬 시장의 가능성 
중국 도시 인구가 1천만 명 이상인 도시가 13개다.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는 특히 인구가 많고 소득 수준이 높아 문화 소비가 가능한 1차 시장들이다.  인구 500만 명이 넘는 2차 시장에다가 중화권 지역(홍콩, 마카오, 싱가포르, 타이완)까지 더하면, 중국+중화권 시장의 가치는 매우 높다. 전 세계에 중국어 사용 인구가 많기 때문에, 영미권 투어를 하는 브로드웨이 뮤지컬처럼 지역 투어와 장기 공연 또한 가능하다. 오랜 기간 공연하는 것이 공연 사업의 수익성을 담보한다. 최근 5년간 한국 뮤지컬 작품 36개 정도가 중국에서 라이선스 공연됐다. 그중 10개 도시 이상에서 투어를 한 작품들이 많다. 한국 창작자들이 중국 시장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8년간의 우여곡절 중국 시장 개척기
CJ E&M은 중국 뮤지컬산업의 직접적 진출을 위해, 2010년 중국 문화부 그리고 상하이 미디어그룹(SMG)과 같이 ‘아주연창문화발전유한공사’라는 합자회사를 설립하였다. 2008 베이징올림픽 이후 극장 인프라가 갖춰지기 시작했고, 정부의 적극적 지원으로 중국 뮤지컬 시장은 조금씩 성장하기 시작하였다. 합자회사를 토대로 처음 제작한 뮤지컬 <맘마미아!>는 소위 말해서 대박을 터트렸다. 한국이 2001년 <오페라의 유령> 한국어 공연을 기점으로 뮤지컬 산업화 시대가 시작이 되었다면 중국은 2011년 <맘마미아!> 중국어 공연이 중국 뮤지컬 산업화 시대를 열었다고 보면 적정할 것 같다.  
중국 정부의 콘텐츠 사상 검열과 중국 내 배우·스태프 등 제작 인력 부족이 웃지 못할 에피소드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우여곡절을 겪는 와중, 이성훈 대표의 또 다른 역할은 해외 라이선스 뮤지컬의 중국어 공연 이외에 한국 창작 뮤지컬이  중국에서 공연될 수 있도록 기반을 다지는 것이었다. 중국 관계자와 대학로를 돌면서 여러 작품을 탐색한 끝에, <김종욱 찾기>와 <총각네 야채가게>를 주목했다. <김종욱 찾기>가 그리는 첫사랑의 감정이 보편적이라, 중국인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였다. <총각네 야채가게>에서 시골 출신 젊은이들이 도시에 나와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은 중국 당국이 바라는 청년의 이미지에 부합했다. 이때부터 <총각네 야채가게> 제작사인 라이브㈜가 중국 진출에 박차를 가했다.  

 

사드와 한한령, 그리고 코로나19  
2016년 합자회사와 <지킬 앤 하이드> 제작을 준비하던 때였다. 권선징악 등 중국인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가 많은 작품이라, 흥행을 낙관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사드 이슈가 터졌다. 국가주의 분위기와 반한감정이 고조되면서, 사업 상황은 악화일로로 치달았다. <지킬 앤 하이드> 홍보 기사를 찾을 수 없었고, 취소표가 속출했다. 한한령의 시작이었다. 사드 이슈는 2019년도까지 수그러들지 않았는데, 그사이 자체적인 중국 뮤지컬 콘텐츠 또한 감소했다. 얼마 안 가 코로나19 사태가 이어지면서, 2조 원 이상 성장할 것이라 예상했던 중국 시장 관련 통계들은 사실상 무의미해졌다.  

 

원-아시아(One Asia) 마인드를 가져야 
한국 뮤지컬 시장은 미국, 영국, 일본, 호주, 캐나다 다음 정도의 규모를 차지한다. 하지만 일본 시장은 우리보다 크지만 십수 년째 정체를 겪고 있다.(근 4~5년 사이 일본 뮤지컬 시장은 2.5차원 뮤지컬이 활성화되어 시장 규모 자체는 급격히 커졌다.) 중국은 뮤지컬 산업을 새롭게 시작하는 나라다. 중국의 공연 배급사는 2~30개 지역 극장에 배급망을 구축하고 작품 투어를 진행한다. 한국 작품 <난타>, <점프>, <빨래> 등이 이런 시스템으로 중국 공연을 했다. 그 외 중국에서 라이선스 공연된 한국 작품으로는 <심야식당>, <옥탑방 고양이>, <블랙메리포핀스>, <라흐마니노프>, <어쩌면 해피엔딩> 등이 있다. 사드 이슈 이후 중국 진출이 지지부진해졌지만, 꽤 많은 작품이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 뮤지컬 관람에 대한 중국인들의 관심은 점차 커지고 있다. 사드나 코로나19와 같은 제한 요소들이 사라질 때, 중국 시장은 엄청나게 빨리 성장할 것이다. 
한국, 일본, 중국 시장을 합치면 미국-영국 시장과 견줄 수 있다. 내수의 한계를 안고 가야 하는 한국 창작자들이 원-아시아 마켓 개념을 가진다면, 더 큰 비전을 꿈꿀 수 있다. 영상 산업이 OTT 플랫폼을 통해 세계 진출의 물꼬를 텄듯이, 뮤지컬 업계도 그러한 시장이 필요하다. 한·중·일은 언어가 다르지만, 함께 소화할 수 있는 소재가 많다. 시장을 알고 어떤 작품이 유통되는지 파악해야 우리 것을 내놓을 수 있다. 더 넓은 시장에서 많은 관객과 만날 기회가 곧 올 것이다. 그 기회를 잡을 때까지 우리가 준비돼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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