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컬 뮤지컬 라이브 시즌7 어바웃

창의특강3
소설, 웹툰 원작의 뮤지컬 제작

일시: 2022년 9월 28일 오후 2시 40분~4시 10분 
장소: 한국콘텐츠진흥원 콘텐츠인재캠퍼스 303호
강사: 김덕희 서울시뮤지컬단 단장

 

 

서울시뮤지컬단은 창작뮤지컬 제작 단체로 거듭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최근까지도 뮤지컬은 예술이 아니라 산업인데, 왜 국가에서 지원하느냐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런데 국내 공연법이 개정됨에 따라, 뮤지컬이 연극의 하위 장르가 아니라 독립된 예술 장르로서 지원받을 수 있는 근거가 생겼다. 이 법안은 라이선스 공연 중심인 국내 뮤지컬 시장에서 창작뮤지컬의 기반을 다지는 데 많은 영향을 줄 것이다. 구조나 캐릭터가 없는 상황에서 창작뮤지컬을 개발하기에는 리스크가 너무 크기 때문에, 한국 시장에서는 여러 매체의 인기 콘텐츠들이 뮤지컬로 재창작되는 경우가 많다. 이번 강연에서 김덕희 단장은 웹툰과 소설을 뮤지컬로 만들 때 고려해야 할 지점들을 이야기하고, 국공립 뮤지컬 프로듀서로서 갖는 고민을 창작자들과 함께 나누었다. 

 

웹툰 원작의 뮤지컬화
세계적으로 성공을 거둔 한국 웹툰 시장에는 뛰어난 작품들이 많다. <무한동력>, <위대한 캣츠비>, <은밀하게 위대하게>, <이토록 보통의>, <찌질의 역사>, <나빌레라>, <신과함께_이승편>, <신과함께_저승편> 등이 웹툰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뮤지컬이다. 웹툰의 상상력을 무대화하는 데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무대와 같은 한정된 공간에 웹툰의 시공간 전환을 그대로 가져오기는 힘들다. 또 한 회를 보고 다음 회차를 결제하도록 유도하는 웹툰 특성상 갈등 구조가 짧다. 에피소드마다 흥미를 유발하는 구성이 특화돼 있지만, 큰 드라마가 없는 편이다. 그래서 웹툰 원작으로 뮤지컬을 제작할 땐, 크고 뚜렷한 갈등이 폭발하는 클라이맥스 지점을 따로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원작이 아무리 기발하고 좋아도, 뮤지컬 제작에 적합하지 않은 작품들이 있다. 안타고니스트와 갈등 구조가 뚜렷한지, 주인공이 능동적인지 등을 고려하여 원작을 선정하는 것이 좋다. 

 

소설 원작의 장단점
<아몬드>, <뿌리 깊은 나무>, <굳빠이 이상>, <원더보이>, <다윈 영의 악의 기원>, <알로하 나의 엄마들> 등이 소설 기반 뮤지컬들이다. 소설에서 1인칭 시점으로 심리가 서술된 표현들이 무대에서는 독백이나 방백으로 처리되곤 한다. 독백과 방백 대신 사건과 대화 혹은 새로운 인물로 표현이 될 수 있도록, 뮤지컬 구조를 잘 설계해야 한다. 웹툰과 마찬가지로 소설 속에서 전개되는 시공간의 변화를 무대로 옮기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또 뮤지컬에서는 후반부의 클라이맥스가 중요한데, 소설이 주인공의 인식·깨달음·행위로 끝날 경우 엔딩이 그다지 극적이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이미 비주얼라이징되어 관객이 경험한 영상 콘텐츠보다는, 소설 원작을 무대화하는 게 부담이 적다. 온갖 특수효과와 그래픽에 익숙한 현대 관객들 앞에 드라마·영화의 세계관을 어떻게 다시 구현해낼 것인가는 큰 숙제이기 때문이다. 
<다윈 영의 악의 기원>은 계급 체계가 존재하는 가상 세계의 비극을 다룬 작품이다. 3대에 걸친 살인 사건의 범인을 추적해나가다가, 그 이면에 깔린 악의 근성을 이야기한다. 깊고 절망적인 세계관을 담고 있어, ‘밝고 보편적인 이야기를 다뤄야 하는’ 대극장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편견이 있었다. 한편 김덕희 단장은 <다윈 영의 악의 기원>을 통해, 기존에 하지 못했던 깊이 있는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 그는 뮤지컬의 기본적인 틀도 중요하지만, 그다음 단계로 독특하고 예술적인 작품들도 다양하게 시도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한국 창작뮤지컬의 과제
우리는 수십억 원이 투입되는 대극장 창작뮤지컬을 올릴 준비가 되어 있는가? 한국에서는 대극장을 경험해본 뮤지컬 작가가 손에 꼽힌다. 국공립 단체도 신진 창작자를 발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고, 현장에서도 기관을 향해 작가를 육성하라고 요구해야 한다. 누군가는 구조를 잘 짜고 누군가는 밀도 있는 가사와 대사를 잘 쓴다면, 협업을 통해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그러나 공연계에서는 이러한 작업방식이 통용되지 않는다. 
서울시뮤지컬단은 <알로하 나의 엄마들>을 제작하면서 ‘드라마 가이드’라는 포지션을 만들었다. 오미영 작가가 소설을 뮤지컬 대본으로 각색하기 전에, 영화·드라마 작업 경험이 많은 문정현 작가가 드라마 가이드를 하면서 각색 구조와 콘셉트를 함께 고민했다. 이는 두 작가 간에 신뢰 관계가 형성돼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와 같은 그룹 작업을 시도해 보거나 또 다른 해법을 찾아감으로써, 양질의 대본을 개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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