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컬 뮤지컬 라이브 시즌3

 

일시: 2018년 11월 5일(월) 16시~18시
장소: 콘텐츠인재캠퍼스
강사: 신원호 PD

 

<글로컬 뮤지컬 라이브> 시즌3에서는 총 6번의 창의특강을 마련해 지원자들의 작품 개발을 도왔다. 콘텐츠 분야 종사자들과 함께한 오픈특강으로 진행된 마지막 창의 특강은 ‘원 소스 멀티 유즈(One Source Multi Use)’를 주제로, ‘남자의 자격’ 등의 예능을 비롯해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 ‘슬기로운 감빵생활’의 신원호 PD가 강연자로 나섰다. 신원호 PD는 자신의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콘텐츠를 발굴하는 방법에 관해 이야기했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발견한 길
신원호 PD는 그동안 여러 예능과 드라마를 성공으로 이끌었지만, 처음부터 방송국 PD를 꿈꿨던 것은 아니었다. 오랫동안 간절했던 그의 꿈은 영화감독이었지만, 부모님의 기대를 저버릴 수 없어서 서울대 화공학과를 거쳐 KBS에 입사했다. 교양국 PD로 일을 시작했지만 입사 10개월 만에 예능국으로 파견 발령이 났다. 그때만 해도 예능이 지금처럼 좋은 이미지가 아니었기 때문에 예능국 발령이 마뜩잖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처음 조연출을 맡은 프로그램은 ‘쿵쿵따 게임’으로 유명했던 주말 예능이었다. 당시에는 보기 드문 신선한 시도로 시청자들의 반응이 좋았다. 시청률도 높았고, 무엇보다 프로그램을 따라 하고 즐거워하는 사람들을 만났다. 신 PD는 그때 처음으로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의 본질적인 재미-사람들이 자기가 만든 것을 보고, 이야기하고, 즐기는 것-를 느꼈다. 그리고 이것이 지금까지 자신이 콘텐츠를 만드는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원칙을 벗어났을 때 보이는 것들
예능 PD의 길은 연출 데뷔작인 ‘남자의 길’에서 위기와 기회를 맞는다. 신 PD는 ‘남자의 자격’을 두고 “’잘 만들면 볼 것’이라는 생각을 많이 버리게 된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예능 프로그램을 제작할 때는 그 나름의 원리와 원칙이 있다. 당시 예능의 목적은 ‘웃음’이었기에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이 명확했다. 예를 들어 예능에서 노래하거나 마라톤을 하는 것은 상상도 못 할 일이었다. 말로 웃겨야 하는데 노래를 하거나 달리면서 말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시청자들의 머릿속에 빨리 인식되기 위해서 아주 명확한 형식도 있어야 했다. 처음 ‘남자의 자격’을 기획할 때는 예능 프로그램 ‘잘 만드는’ 제작 원리, 원칙에 따라 아이템을 골라냈다. 그렇게 나온 결과물은 그럴싸해 보이지만 새롭지 않은 아이템 투성이였다. 딱히 좋지도, 나쁘지도 않았다. 결국 어정쩡한 프로그램을 만드느니 시도는 좋았다는 평이 낫겠다 싶어서 버렸던 아이템을 다시 검토하기 시작했다. 최종적으로 전파를 탄 ‘남자의 자격’은 기존 예능 프로그램의 원칙을 벗어난 프로그램이었다. ‘도전’이라는 큰 주제는 있었지만 시청자에게 쉽기 인지될 만한 고정된 틀은 없었다. 노래도 하고 마라톤도 했다. 원칙대로 보면 ‘남자의 자격’은 절대 성공할 수 없는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시청자들의 호평은 물론 상까지 받았다. 

 

 

원칙을 벗어난 신 PD의 행보는 드라마 제작에서도 이어졌다. 드라마 ‘응답하라 1997’을 제작할 때였다. 방송국 입사 초기 드라마에 투입된 적은 있었지만 본격적으로 드라마를 제작한 것은 처음이라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주변에 도움을 구하기도 했지만 딱히 답이 없어서 늘 하던 대로 했다. 서로 머릴 맞대고 의견을 나누면서 프로그램을 만드는 예능 제작 방식을 드라마 제작에 도입한 것이다. 신 PD에게는 익숙한 방식이었지만, 드라마 제작 현장에서는 색다른 시도를 한 셈이 되었다. 제작부터 캐스팅까지 기존 드라마와 결이 달랐던 ‘응답하라 1997’은 좋은 반응을 끌어냈고, 신 PD는 성공적으로 드라마 연출 데뷔를 마쳤다.

 

2%의 유연성을 갖춰라
신 PD는 예능과 드라마에서의 성공 덕분에 ‘혁신적인 인물’ 꼽히곤 하지만, 정작 본인은 오히려 보수적이고 원리원칙을 고집하는 사람에 가깝다고 했다. 신 PD는 “원칙을 따르면 매우 편하다. 고민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똑같은 공정을 거치고 나면 비슷한 결과물이 나올 수밖에 없다. 결국 원칙을 깰 수 있는 아주 작은 유연성이 큰 결과를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신 PD는 지금의 자신을 만들고, 지금까지 콘텐츠를 만들며 버틸 수 있게 한 원인을 ‘마지막에 합리적인 의심을 할 수 있는 2%의 유연성’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많은 사람이 “새로운 아이디어가 누구나 알아볼 수 있는 별난 모습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착각”한다며 새로운 아이디어는 절대 멀쩡한 모습으로 오지 않는다고 했다. 오히려 거슬리고, 이상해서 거부감이 드는 것이 새로운 아이디어라는 것.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아이디어가 곁에 있어도 그걸 한눈에 알아차리는 사람은 많지 않다. 신 PD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는 방법은 마지막까지 의심하는 것”이라며 원칙을 지키되 마지막에 한 번쯤은 뒤집어 생각하는 유연성을 갖춘다면 색다른 결과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전하며 강의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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